회사를 그만두고 방황하던 찰나
과거 학창시절 숙식막일 경험을 살려
한 달 정도 알바를 하기로 마음먹었다.
그렇게 과거 방학마다 했던, 반도체 현장을 찾아보니
반도체 불황으로 자리가 많이 줄고, 공수도 안 나오는
실정이라 단가가 세고 주급, 일당도 가능한
안산 시스템 동바리(와동바리)에 도전하게 되었다.

월급으로 수령 시 일급 17만 원
주급, 일당으로 수령 시 16만 원
(나는 워낙 와동바리의 악명을 많이 들었기에, 어찌 될지 모르니 일당으로 매일 지급받기로 하고 16만 원으로 합의 봤다.)
그렇게 전화를 걸어 설명을 듣고
다음날 안산으로 출발했다.


회사를 나와 막일을 가는 게 착잡했지만
그래도 마냥 가만히 있을 수 없기에 움직여보는 나..

안산에 도착해서 터미널 앞 마트 푸드코트서 점심을 먹었다.

사무실에 와서 근로 계약서를 작성하고
숙소배치를 받기 위해 대기했다.
30분 정도 대기를 하니
내가 일할 팀의 팀장과, 기공 1명이 나를 데리러 와서
같이 식사 후 지내게 될 숙소로 이동했다.


안산 와동의 어느 허름한 투룸 빌라에 배치되었다.
낡고 습하고 곰팡이가 곳곳에 보였다.
가장 안습은 같이 지내는 사람들이 방에서
흡연을 하는 것이다.. ㅋㅋ
가장 충격적이었던 건 에어컨이 없다는 것이다.
그동안 방학마다 갔던 반도체 숙니 숙소는 전부
5성급처럼 느껴지기 시작...
짐을 풀고 인사를 나누고
씻은 뒤 잠에 들었다..
04시 30분 알람소리에 기상
5시 10분까지 사무실 앞 집결장소로
가서 스타렉스 탑승 광명시 현장으로 이동..
현장 앞 함바집서 식사 후
현장 진입...

그동안 세 번의 숙식막일은
반도체현장 실내 방진복 입고 한 깨끗한 환경..
사실 막일이라는 건 위 사진 같은 게 당연한 건데
보자마자 주눅이 들었다...
첫날이라 안전교육을 받은 후, 장구류 지급받고
현장에 본격 투입되었다.
조공들이 하는 일은 기공과 준기공이
작업을 수월하게 하기 위해
횡대라고 불리는 쇠파이프들을
종류에 맞게 가져다주는 일이다.
하지만 중요한 게 쇠파이프를 하나만 드는 경우는 없다.
적게는 3-5개, 많게는 10개도 어깨에 짊어 메고
다녀야 하는데 이게 정말 무겁고 힘들다.
일반 평지도 아닌 건설현장 특성상
바닥에 철근 가득 발 빠지기 좋은 위험한 바닥들을
무거운 파이프들을 메고 다니니 너무 힘들고 위험했다.
그리고 머리 위로는 크레인들이 여러 자재들을 옮기는데
그게 떨어지면 즉사인 아슬아슬한 상황..
진짜 쉴 새 없이 가져다주다 보니
뙤약볕에 익어가고 있었다.
아주 잠시 주어지는 담배타임 때
물을 보충하고 그렇게 오전 끝나고
점심시간밥이 안 넘어갔다..
물만 계속 먹고 현장 입구 코너에 앉아서
진심 그냥 집에 갈까 고민했지만,
올라온 차비도 생각해서 일단 퇴근까지 일을 했다.
일을 하며 느낀 거지만,
굉장히 힘든 일이다 보니 기공, 팀장들이
욕과, 화를 내는 건 다반사였다.
많이 들어라, 빨리 갖고 와라 등( 물론 난 첫날이라
욕은 안 먹었지만 며칠 일한사람들, 몇 달 일한 사람들에게는 노비 대하듯 엄청 화를 내고 있었다.)
퇴근 후 다시 스타렉스에 타서 , 와동으로 출발
내려서 팀과 계약된 식당서 저녁을 먹은 후
숙소에 왔다.
샤워를 하고 누워서 담배피며 집에 다시 돌아가야겠다고 결심했다.
그렇게 새벽 2시 알람을 진동으로 해두고
2시에 홀로 눈을 떴다.

깜깜한 방에 유일한 빛...
조용히 짐을 싸고 숙소를 나왔다.


카카오 택시를 불러 터미널로 가서 짐을 보관함에 보관하고
안산터미널 건너편 유흥가? 번화가? 이 가서


설렁탕 한 그릇을 먹고...





터미널로와 잠시 기다렸다가 버스 타고 집으로 갔다..
마지막으로..
와동바리를 가려는 사람들에게..
난 개인적으로 말리고 싶다.
물론 동바리를 통해서 가정을 지키는
사람들이 보면 기분 나쁠 수 있지만,
너무 위험하다.
정말 너무너무 위험하다.
돈을 버는 것도 중요하지만 목숨을 걸고 일하고 싶지 않다.
그리고 너무 힘들다.
이것도 못 버티고 하루 만에 추노 하는 놈이 무슨 평가냐고
할 수 있지만, 그래도 나는 이 일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고
그래서 바로 내려온 거다.
다시 내려온 나는 아르바이트를 하며 퇴근 후
원서를 여기저기 쓰기 시작했다...


문자로 연락은 드렸다..
